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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속 유럽, 세우타는 어떻게 스페인령이 되었을까?

마스터지 2026. 8. 7. 00:04

유럽인데 아프리카?

 

아프리카 대륙 한복판에 스페인 영토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도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분명 모로코 땅인데, 그 안에 유럽연합(EU) 깃발이 펄럭이고, 사람들은 유로화를 쓰고, 스페인어로 대화를 나눕니다. 바로 '세우타(Ceuta)'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국경을 가진 도시, 세우타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파헤쳐보려고 합니다. 여행을 준비 중이시거나, 단순히 지리·역사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끝까지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세우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세우타는 아프리카 대륙 북단,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스페인 본토와 마주 보고 있는 작은 반도 지역입니다. 스페인 본토 남단 카디스에서 배로 약 17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을 정도로 가깝지만, 육지로는 완전히 모로코에 둘러싸여 있는 '스페인의 월경지(exclave)'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구조가 지브롤터와 정확히 대칭을 이룬다는 점입니다. 지브롤터가 스페인 영토 안에 있는 영국 땅이라면, 세우타는 모로코 영토 안에 있는 스페인 땅입니다.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두 '이방인 영토'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셈이죠. 그만큼 이 좁은 해협이 지중해와 대서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모로코 안에는 세우타 말고도 스페인령 도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멜리야(Melilla)'입니다. 세우타와 멜리야, 이 두 도시는 흔히 함께 언급되며 스페인의 아프리카 영토를 대표합니다.

세우타는 왜 스페인 땅이 되었을까? 600년의 역사

 

세우타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시간을 꽤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고대: 카르타고와 로마의 항구 도시

세우타는 원래 고대 카르타고인들이 건설한 항구 도시에서 출발했습니다. 이후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으며 지중해 무역의 요충지로 성장했고, 이슬람 세력이 북아프리카를 장악한 이후에는 이슬람 왕조의 지배 아래 놓이기도 했습니다.

대항해 시대의 시작점, 포르투갈령 세우타

세우타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순간은 1415년입니다. 포르투갈이 이곳을 점령하면서, 세우타는 유럽의 대항해 시대와 해외 팽창의 상징적인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흔히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나 바스코 다 가마의 인도 항로 개척을 대항해 시대의 시작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사실 그보다 앞서 유럽이 아프리카로 뻗어나간 첫 발걸음이 바로 세우타 정복이었던 겁니다.

스페인령으로의 전환

포르투갈이 세우타를 지배한 지 200년이 훌쩍 넘은 1668년, 세우타는 정식으로 스페인 영토로 확정됩니다. 이후로도 세우타의 역사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 나폴레옹 전쟁기(1810년~): 스페인은 영국군이 세우타에 주둔하는 것을 허용했고, 이를 통해 영국은 지브롤터와 함께 지중해 입구를 완전히 봉쇄할 수 있었습니다.
  • 1859년 스페인-모로코 전쟁: 국경 분쟁으로 촉발된 이 전쟁에서 스페인이 압승을 거두며 세우타와 멜리야에 대한 스페인의 지배권이 한층 강화됩니다.
  • 1912년: 스페인이 모로코를 점령하며 '스페인령 모로코'가 성립됩니다.
  • 1936년 스페인 내전: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반란을 일으킨 곳이 바로 세우타였습니다. 정부군과 반란군이 처음 맞붙은 전장이 이곳이었고, 1940년 프랑코는 자신의 승전을 기념하는 기념비를 세우타에 세우기도 했습니다.
  • 1956년: 스페인령 모로코가 독립하며 오늘날의 모로코가 탄생했습니다. 이때 국경이 재편되었지만, 세우타와 멜리야는 예외적으로 스페인 영토로 계속 남게 됩니다.
  • 1995년: 안달루시아 자치주에 속해 있던 세우타가 독립된 자치시로 승격됩니다.

이처럼 세우타는 600년 가까이 유럽 열강의 손을 거치며 지금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세우타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세우타의 가장 독특한 점은 인구 구성입니다. 가톨릭이 압도적인 스페인 본토와 달리, 세우타에는 상당수의 무슬림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0년부터는 라마단이 끝난 날을 기념하는 이슬람 축일 '이드 알피트르'를 공식 공휴일로 지정할 정도로, 이슬람 문화가 도시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눈여겨볼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1893년부터 세우타에 정착해온 소규모 인도인 공동체입니다. 특히 1947년 인도가 종교 갈등으로 인도-파키스탄 분할을 겪을 당시, 많은 신드인(Sindhi)들이 박해를 피해 세우타로 이주해왔습니다. 가톨릭, 이슬람, 힌두교, 유대교 공동체가 좁은 땅 안에 공존하는 모습은 세우타를 유럽의 그 어떤 도시와도 다른 곳으로 만듭니다.

경제적으로는 어업, 경공업, 수산물 가공업이 주력 산업입니다. 다만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과 실업률 1, 2위를 다툴 정도로 고용 사정이 좋지는 않은 편입니다. 반면 지역 재정 자체는 비교적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여행자라면 꼭 알아야 할 세우타의 볼거리

 

세우타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다음 명소들을 눈여겨보시길 추천드립니다.

1. 왕립성벽(Royal Walls) 세우타 구도심과 육지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난공불락의 성벽입니다. 특이하게도 해자에 배가 다닐 수 있고, 성문 자체도 배를 타고 사다리를 내려야 입성이 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 견고한 성벽 덕분에 세우타는 과거 30년 넘게 이어진 포위 공격도 버텨냈다고 전해집니다.

2. 헤라클레스의 기둥 세우타 항구 방파제에는 '헤라클레스의 기둥'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헤라클레스가 지브롤터 해협 양쪽에 세웠다는 전설의 기둥을 상징하는 곳으로, 방파제 왼쪽으로 바다 건너 지브롤터의 봉우리 두 개가 눈에 들어옵니다. 참고로 세우타 시내에도 이보다 훨씬 크고 웅장한 헤라클레스 기둥 조형물이 따로 세워져 있으니, 두 곳을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3. 세우타 옛 기차역 스페인령 모로코 시절에는 세우타에서 테투안까지 이어지는 협궤 철도가 있었습니다. 1958년 노선이 폐지되며 철거되었지만, 세우타역 건물만은 지금도 남아 있어 옛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우타로 가는 방법

세우타에는 별도의 공항이 없습니다. 스페인 본토와 가까운 지리적 특성 때문인데요. 대신 지브롤터 해협 건너편의 알헤시라스(Algeciras)에서 출발하는 배편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이 외에도 세우타 헬리포트를 거점으로 말라가, 알헤시라스를 오가는 헬리콥터 항공편도 운항되고 있습니다.

 

최근 세우타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 이민 문제

 

세우타는 최근 몇 년 사이 유럽 이민 문제의 최전선으로 다시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600년 전 유럽 열강이 아프리카로 뻗어나가던 전초기지였던 이곳이, 지금은 정반대로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유럽으로 넘어가려는 관문이 되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합니다. 스페인 정부는 밀입국을 막기 위해 국경에 약 6m 높이의 철조망을 설치했지만, 난민들은 철조망을 기어오르거나 지중해를 헤엄쳐 건너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경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국경을 넘은 사례가 보도된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스페인 대법원이 해상으로 입국한 이주민을 즉각 송환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관련 논란이 다시 불거졌고, 국제 정치권에서도 이 사안을 이민 통제 이슈와 연결지어 언급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모로코 역시 세우타와 멜리야를 '식민지 잔재'로 규정하며 영유권을 계속 주장하고 있어, 이 지역을 둘러싼 스페인과 모로코 간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작은 월경지 하나가 지정학적 화약고로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우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세우타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FAQ)

 

Q. 세우타는 어느 나라 땅인가요? A. 스페인 영토입니다. 다만 지리적으로는 모로코 땅에 둘러싸인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해 있습니다.

Q. 세우타는 EU에 속하나요? A. 네, 스페인의 자치시이기 때문에 유럽연합 소속이며 유로화를 사용합니다.

Q. 세우타에서는 어떤 언어를 쓰나요? A. 공용어는 스페인어입니다. 다만 무슬림 인구 비중이 높은 만큼 아랍어(다리자 방언)를 함께 쓰는 주민들도 많습니다.

Q. 세우타와 멜리야는 어떻게 다른가요? A. 둘 다 모로코 땅에 있는 스페인령 자치도시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우타는 지브롤터 해협에 가깝고, 멜리야는 알메리아에서 배편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세우타는 겉보기엔 지도 위 작은 점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대항해 시대의 서막, 종교와 문화가 뒤섞인 독특한 공동체, 그리고 오늘날 유럽이 마주한 가장 첨예한 이민 문제까지 응축되어 있는 곳입니다. 언젠가 지브롤터 해협을 여행하실 계획이 있다면, 알헤시라스에서 배를 타고 세우타로 건너가 '유럽 속 아프리카, 아프리카 속 유럽'을 직접 느껴보시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