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왕은 어떻게 이름이 지어졌을까? 왕의 이름 뒤에 숨겨진 의미와 절차
조선의 왕의 이름 결정 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기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 왕들의 이름, 예를 들어 태조 이성계, 세종 이도, 정조 이산 같은 이름들은 단순히 본명이 아니라 다양한 칭호와 호칭을 포함한 복합적인 체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시대 왕의 이름은 언제, 어떻게, 누가 정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조선시대 왕의 ‘이름 짓는 법’에 대해 호적 이름부터 묘호, 시호, 존호, 휘까지 하나하나 파헤쳐 보겠습니다.
왕의 이름은 하나가 아니다?
우리가 보통 ‘세종대왕’, ‘정조’라고 부르는 왕의 이름은 사실 생전 이름(휘)이 아니라, 사후에 붙는 묘호(廟號)입니다. 조선의 왕들은 생전에 쓰는 이름 외에도 죽은 후에 여러 칭호를 받습니다. 주요 이름 체계는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구분 | 의미 | 예시 |
휘(諱) | 왕의 본명(출생 이름) | 세종: 이도(李祹), 정조: 이산(李祘) |
자(字) | 성인이 되어 지은 또 하나의 이름 | 세종의 자: 원정(元正) |
호(號) | 개인이 지은 별칭, 잘 사용되지 않음 | 일반 문인에게는 흔함 |
묘호(廟號) | 사후 종묘에 모실 때 붙이는 호칭 | 태조, 세종, 정조 등 |
시호(諡號) | 사후 공적을 기리기 위해 붙이는 긴 이름 | 세종대왕의 시호: 문헌(文憲) 대왕 |
존호(尊號) | 재위 중이나 사후, 높여 부르기 위한 별칭 | 성종 → 성종대왕, 정조 → 문성경무인성명효대왕 |

본명, 즉 ‘휘’는 어떻게 정해졌을까?
조선의 왕세자 혹은 왕자는 출생 시 왕실 작명 규칙에 따라 ‘휘(諱)’를 부여받았습니다. 이 이름은 조심스럽게 지어졌으며, 일반 백성은 감히 부를 수 없고, 쓸 수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같은 글자를 이름에 사용하지 못하는 피휘(避諱) 문화도 있었죠.
작명의 기준은?
- 한자 1~2자로 구성 (주로 1자 이름 사용)
- 사대부나 왕족의 작명 원칙에 따라 의미 있는 글자 선택
- 왕가의 작명 패턴(돌림자)을 따르기도 함
- 사대부 작명과 마찬가지로 육서(六書)와 음양오행 등을 고려
세종대왕의 본명 ‘이도(李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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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호: 사후에 붙는 진짜 ‘왕의 이름’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태조’, ‘세종’, ‘정조’ 등의 이름은 모두 **묘호(廟號)**입니다. 왕이 죽고 난 후, 종묘에 모셔질 때 붙이는 이름이죠.
묘호의 구조
- 보통 2글자
- 첫 글자: 계통(조 또는 종)
- 두 번째 글자: 공적, 덕목, 성품 등
구분 | 설명 |
조(祖) | 나라를 세운 창업 군주나 대전환을 이룬 왕에게 사용 |
종(宗) | 기존 체제를 계승하며 나라를 다스린 왕에게 사용 |
세종(世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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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 가장 긴 왕의 호칭
왕이 죽은 후, 신하들이 왕의 공적과 인품을 평가하여 긴 문장 형태의 시호를 붙입니다. 이 시호는 격식 있는 문서에서만 사용되며, 실제 일상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시호의 구성
- 의미 있는 한자 수십 자로 이루어짐
- ‘대왕(大王)’이나 ‘황제(皇帝)’로 끝남
- 예를 들어 세종의 시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홍무대성문신무장인성효대왕(弘武大聖文神武莊仁誠孝大王)” |
각 글자는 세종의 공적과 성품을 상징합니다.
존호: 재위 중에 올리는 존칭
존호는 왕이나 왕비에게 살아 있는 동안 혹은 사후에 존경의 뜻으로 올리는 칭호입니다. 보통 신하나 백성의 상소로 올려졌으며, 이름 뒤에 덕목을 나열하는 방식입니다.
정조의 존호: 문성경무인성명효대왕(文成敬武仁聖明孝大王) |
피휘: 왕의 이름은 함부로 쓸 수 없다
조선에서는 왕의 휘를 피해 동일한 글자를 일반인이 이름이나 글에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이를 피휘(避諱)라고 하며, 관청 문서, 서책, 심지어 간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를 들어, ‘도(祹)’ 자는 세종대왕의 휘이기 때문에, 공식 문서나 책에서는 이 글자를 회피하거나 다른 글자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왕의 이름, 그 안에 담긴 정치적 상징
왕의 이름을 짓는 행위는 단순한 작명이 아니라 정치적, 이념적 상징이었습니다.
- 묘호: 군주의 역사적 위상을 결정짓는 칭호
- 시호: 정치적 공과(功過)에 대한 역사적 평가
- 존호: 신하와 백성의 충성심과 예를 나타내는 수단
즉, 왕의 이름은 그 시대의 정치, 문화, 철학의 반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종’은 죽은 후 붙은 이름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세종, 정조 같은 이름은 생전 이름이 아니라 사후에 부여된 묘호입니다. 왕은 태어날 때부터 하나의 이름을 가지지만, 죽은 후에는 묘호, 시호, 존호 등 다양한 이름을 얻게 되며, 이는 왕의 정치적 업적, 성품, 통치 철학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왕의 이름 하나에도 수많은 의미와 정치적 고려가 담겨 있다는 점, 이제 조금 더 흥미롭게 느껴지시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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